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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장재료에 가짜는 없나

  예전에는 가짜 도장재료라는 것은 생산자 측에서나 조각자 쪽에서나 생각해 본 일조차 없던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관광 문화가 보편화 되고 또 컴퓨터 도장 조각기가 등장하면서 가짜 도장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고, 특히 옥(玉)도장 분야는 이미 가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가짜 도장에 대한 고찰과 정보 교환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아래에 자세히 밝히는 진상들은 누구나 알아두면 도움이 되고 또 흥미로운 정보가 될 것이다

  도장은 필수품이면서도 일반인들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은 분야이다. 재료는 물론 서체에 대해서는 더욱 모르고 있다. 아래 밝힌 상식들이 사용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벽조목(霹棗木)―벼락 맞은 대추나무

  예로부터 벽조목을 몸에 지니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액운에서 보호된다는 통념이 있어서 특히 벽조목으로 만든 인장은 누구나 탐을 내는 보물이자 선호품이었다.

  흔히 한번 죽을뻔 하다가 살아난 사람은 명이 길다는 속설이 있는데, 벽조목은 일단 벼락이라는 재앙을 당하고 액땜을 하였으므로 벽조목을 몸에 지니면 악귀의 농간을 물리치고 액운을 막아줄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실제로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몇그루나 되겠는가? 지금 현재 헤아릴수 없이 많은 벽조목 인장이 양산되어 나오는데 그많은 벽조목이 진짜 다 벼락맞은 대추나무란 말인가? 그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모두 다 가짜란 말인가? 다행히 그렇지는 않으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일반인이 모르는 내막이 있다.

  즉 벽조목의 수요는 많은데 진짜 벼락맞은 대추나무는 극소수이므로 근대에 와서 고안해 낸 것이 일단 고압전류로 전기충격을 가한 다음 초고압으로 나무를 압축하고 태우는 방법이었다. 진짜 벼락을 맞은 나무는 순간적인 고열로 수축되어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튼 이와 비등한 결과를 얻으려고 고압전기 충격, 초고압 압축과 태우기, 색소 첨가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 양질의 인공벽조목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실제 벽조목의 독특한 특성 중의 하나는, 벼락으로 숯처럼 검게 탄 나무의 속 부분도 만져보면 검댕이가 전혀 묻지않고 마치 아크릴처럼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공벽조목 역시 초고압으로 인한 고열로 나무의 속까지 흑갈색으로 탓으면서도 견고성은 일반 대추나무의 2배 이상 되는 것을 보면.. 그 노하우가 놀라울 뿐이다

  이것은 생산자나 조각자나 모두가 인정하는 인공벽조목일뿐 가짜는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이 조심해야 할것은, 진짜 벼락맞은 대추나무라고 사이트에 올려놓고 모 유명 스님의 인증서까지 첨부하면서 수십만원을 받는 경우이다

  벼락이란 대추나무에만 떨어지라는 법이 없고 또 왜 하필 절에 있는 대추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는가? 자문해 볼 일이다

2. 흑수우(黑水牛)―물소의 검은뿔 인장

  예로부터 물소뿔을 몸에 지니면 강한 기상과 스테미너를 얻고 불굴의 기백이 솟는다는 통념이 있는데다, 물소뿔은 지구상에 그 양이 제한된 희귀물에 속하여 가짜가 눈독을 들일만한 재료이다.

  물소뿔은 자연상태에서는 회색처럼 보이지만 가공을 하면 둔탁한 검은색에 약간의 회갈색 반점이나 결무늬가 섞이기도 하며 그 비율은 부위에 따라 다르다. 그와같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색상이 더욱 기품이 있는데, 종전에는 그것을 보기싫은 티처럼 생각했는지 가공시 검은색소를 주입하여 완전히 새까맣고 광택이 나는 흑수우인장을 생산했었다.

  이때라면 값싼 흑색 인조도장―속칭 뿔도장, 뼈도장이라 일컫는 아크릴 계열의 도장―을 흑수우각이라고 속여도 육안만으로는 식별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에 들고 가늠해 보면 흑수우가 더 무게감이 있으며 감촉도 인조는 건조하고 미끄러운데 비해 흑수우각은 촉촉하고 친근한 느낌이 있어 전문가를 속일수는 없다.

  더욱이 아마추어라도 금방 식별할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인면(도장바닥)을 사포에 여러번 갈아주고 냄새를 맡아보면 인조는 휘발성 비슷한 냄새가 나고, 흑수우각은 노린내가 섞인 구수한 뼈냄새가 나서 속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 가짜 흑수우 도장은 나타난 바가 없으며 또 가짜 흑수우 도장을 만들지 않는 더 큰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다음 6항에서 밝히기로 한다

3. 백수우(白水牛)―물소의 갈색뿔 인장

  백수우각이라고 하면 흰물소뿔을 일컫는것 같지만 지구상에 흰물소는 없으며, 같은 검은물소의 뿔중 유난히 밝은색을 띈 부위에서 취하거나 또는 물소떼중 드물게 나타나는 밝은색 뿔을 가진 종에게서 취하기 때문에 흑수우보다 더욱 진귀품으로 치는 고가의 인장이다

  백수우의 색상은 둔탁한 회갈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검은색이나 갈색의 결무늬가 섞여 있어 매우 중후한 느낌을 주므로 보기에 따라서는 상아보다 더 나아보일 수도 있다

  백수우의 색상은 인공적으로 모방하기가 매우 어렵고, 설령 정교하게 모방할수 있다 하더라도 앞에 기술한 흑수우과 같은 이유로 가짜 백수우 역시 생산되지 않는다

4. 상아(象牙)―코끼리의 어금니―최상의 재료

  코끼리는 물소보다 지구상에 그 수가 월등히 적어 법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더불어 상아는 수입금지 품목으로서, 외국에 나갔다 입국하는 사람들이 선물용 도장으로 한 두개씩 사가지고 오는것이 고작이다.

  상아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공예품은 우수한 탄성 때문에 당구공을 꼽을수 있겠으나 인장재료로서도 상아는 최상품으로 친다. 상아인장은 힘과 권위, 연륜을 상징하는데 우선 유백색 바탕에 보일듯 말듯한 연갈색 결무늬가 섞여 있는 색상부터가 매우 우아하고 품격이 있다. 손에 척 들면 느껴지는 무게감과 생체 특유의 촉촉하고 친근한 감촉은 인공제품이 흉내낼수 없는 특성이며, 오래 사용해도 잘 마모되지 않는 것도 상아의 장점이다.

  특히 상아인장을 오래 사용하면 서서히 인주물을 빨아들여 몸체 전체가 붉으스름하게 변하는데 이것이 또한 연륜감을 주고―나는 진짜 상아다―하고 소리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가짜 상아를 만들기로 치밀하게 계획하고―예를 들어 인공제품 속에 납 같은 것을 넣어 무게감을 주면서 색상을 최대한 비슷하게 모방한다면 육안만으로는 잠시 속일수 있을지 모르나, 위에 말한 인주를 흡수하는 특성과 사포에 갈면 풍기는 생체 특유의 노린내 섞인 구수한 뼈냄새는 어쩔수 없기 때문에 가짜 상아 역시 생산되지 않는다

5. 경골(鯨骨)―그리운 고래뼈 도장

  예전에는 경골―고래뼈 도장이 생산되어 나왔는데 지금은 단절되어 매우 아쉽다. 고래뼈는 상아보다 값이 싸면서도 색상만 상아와 미세한 차이가 있을뿐 무게감, 감촉, 경도, 모든 점에서 상아와 흡사하며 특히 경도에 있어서는 상아에 뒤지지 않을 만큼 우수한 재료이다.

  어디서든 진품 경골인장을 만난다면 무조건 구매를 권하며, 진품 감정은 사포에 여러번 갈아준 다음 냄새를 맡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노린내가 섞인 구수한 뼈냄새가 나면 그것은 진품이다

6. 왜 인장재료는 가짜가 많지 않은가?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것은 인장재료의 유통과정이다.

  다른 제품은 생산자가 완제품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이다. 즉 완제품 생산→사용자 이므로 가짜를 만들어 사용자만 속이면 된다 그러나 도장은 미완성품 생산→인장조각자→사용자 라는 독특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생산자가 만든 인장재료 자체는 쓸데가 없는 미완성품이며, 인장조각자의 손을 거쳐 이름 석자를 새겨야만 비로소 완성품이 된다. 그래서 인장은 두가지 경로로 가짜 문제를 고찰하게 된다.

  첫째는,《생산자가 가짜를 만들어 인장조각자를 속일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그런데 인장조각자 역시 인장재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코 속일수 없다는 것이 가짜를 생산하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가 된다.

  둘째는,《인장가가 가짜에 조각하여 사용자를 속일 필요가 있는가》하는 점이다. 이 문제가 참으로 재미 있다. 여기서 밝혀져야 되는 것이 바로 도장재료 가격은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인장가격이 재료의 고급 여부로 결정되는 줄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서체와 조각비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여기 5만원짜리 도장이 있다고 한다면 재료가 차지하는 금액은 대략 1만원 이내이고 나머지 4만원 이상은 서체에 따른 조각비가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짜를 사용한들 무슨 이익이 있다고 사용자를 속이겠는가. 차라리 서체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는 것이 낫고 또 실제 성명학이다 사주도장이다 하면서 서체를 가지고 근거도 없는 농간을 부리는 사례가 많은 것이 지금 인장계의 현실이다

  아무튼 이상으로 인장재료에 가짜가 많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 예외가 있다. 바로 《옥玉도장》이다

7. 예술과 함께 하는 확인 행위

  인장계에서 유일하게 가짜가 난무하는 분야가 바로 옥도장이다. 그 이유과 배경을 조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옥도장은 돌이기 때문에 일반도장과는 조각하는 공구도 다르고 조각법도 달라서 별개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옥에 글씨나 그림을 조각하는 것을 특별히 전각이라고 하는데 인장가라고 다 전각을 하는 것이 아니고 겸하는 인장가도 있지만 대개 전각사는 따로 있다. 주로 낙관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인장가이다. 이러한 장르의 차이가 지금과 같은 옥도장의 실태를 잉태하는 한 원인이 되었다.

  ▶ 진품 옥에 올바로 전각한 옥인장은 최하 3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그런데 요즈음 난무하는 옥도장은 조각비까지 포함하여 보통 2만원∼5만원 정도로 천차만별이며, 미루어 짐작하였듯이 재료나 서체나 조각이나 모두 정상이 아니다.

  ▶ 크리스탈 계열의 인공재료를 합성하여 만든 가짜 옥도장이 출현하는데 한몫 한것이 관광문화의 보편화이다. 그동안 변함이 없던 유통구조 즉 미완성품 생산→인장조각자→사용자 라는 공식이 관광지에서 직접 생산자→사용자 로 간 다음 사용자→인장조각자→다시 사용자 라는 유통구조가 등장한 것이다. 즉 관광지에서는 생산자가 사용자만 속이면 되고, 사용자는 사실 인장에 대해 무지하므로 쉽게 속을수 있기 때문이다.

  ▶ 옥도장과 돌도장은 그 종류가 많은데, 값싼 저질의 옥도장과 돌도장은 그대로 가공하고, 값비싼 종류는 인공재료로 합성하여 모조품을 만들어 옥으로 둔갑하는데, 만일 순수한 전각사가 조각한다면 옥도장 역시 가짜가 발붙일 틈이 없었겠지만 불행히도 기계조각화 되면서 부채질을 하게 되었다

  ▶ 원래 옥도장은 무겁고 값이 비싸서 만일 실수로 떨어뜨리면 물질적 손해는 물론 자기 이름 석자가 파손되어 불길하므로, 예술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낙관 이외에 일반 사용 도장으로는 쓰지 않는 재료인데, 모조품의 출현과 조각의 기계화로 값이 싸지고 선물용으로 선호되면서 지금과 같은 난무현상을 초래하게 되었다

  ▶ 옥도장의 기계화 된 조각과정을 보면, 우선 얇은 고무접착테프 같은 것에 글씨를 오려내어 구멍을 낸 것을 옥도장에 붙인다. 다음 거기에 샌딩기라는 것으로 쇳가루 같은 것을 강하게 계속 뿜으면, 고무 붙인 곳은 그대로 있고 구멍뚫린 부분만 부서지면서 조각된다. 따라서 세밀한 글씨 조각은 어려우며 서체의 조형 역시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옥도장계의 부끄러운 실태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명통거리에서는 옥도장을 취급하지 않으며, 사용자에게도 옥도장은 쓰지 말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8. 관광지에서 인장재료 구매시 주의하자

  요즘은 관광지에서 선물용으로 인장재료를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있어 인장과 인장재료에 대한 몇가지 진상을 구매자들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아래 열거한 주의사항을 기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옥도장이나 돌도장은 위에 말한것과 같은 실태이므로 이유불문 구매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 자연상태에서 진짜 벼락을 맞은 벽조목은 어차피 인장계 안에서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밝혔고, 인공으로 벼락을 때린 벽조목을 그나마 올바른 벽조목으로 간주할 때, 이마저 유일하게 가짜가 발붙인 곳이 바로 관광지이다. 즉 보통 대추나무에 흑갈색 물감을 들이고 조각을 첨가하여 벽조목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벽조목은 단단하고 비중이 높아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다는 것을 앞서 말했다. 그러므로 구매자가 직접 물에 넣어볼수 없다면 가늠해 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단한 정도와 무게감이 물에 넣으면 가라앉을 만한지―가늠해 보는데, 아무리 보아도 물에 뜰것 같고 그다지 단단해 보이지도 않는다면 일단 의심하고 구매하지 않는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올바른 벽조목에 아무리 정교하게 조각된 제품이라도 15,000원 이상이면 바가지이다.

  ▶ 때로 산호로 만든 도장도 선보이는데, 산호는 좋은 기호품이지만 인장으로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재료이다. 부스러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장식품으로 걸어두려면 몰라도 인장으로 쓰기 위해서는 구매하지 말라.

  ▶ 중국 관광현지에서 도장재료를 구매할 경우 절대 현지에서 조각은 하지 말라. 한문의 종주국이니 한문 조각도 수준급일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인장조각 기술은 별개의 기술이어서 한국인 중국인 구별이 없으며, 중국 관광지의 인장판매자들은 인장가가 아니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간단한 조각법만 배우고 나온 아마추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경우에나 인장영업자와 인장가를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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